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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feat. 블로그기자단

흙을 사랑하는 사람들, 인천 서구 벽제도예연구소!




흙을 사랑하는 사람들, 인천 서구 벽제도예연구소!




봄 볕으로 가끔은 꽃봉오리가 얼굴을 내밀어보지만 금세 바람에 이기지 못하고 쏘옥 들어갑니다.

겨우내 참았던 추위가 한 번씩 봄맞이하는 이들을 시샘하고 있습니다.

그 틈으로 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겨울 동안을 흙과 바람과 맞서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아름드리나무들이 빨강 지붕을 가려보려고 새순을 기다립니다.

인천 서구 백석초등학교에서 드림파크cc쪽으로 들어가는 길목 우측에 벽제도예연구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잠깐 한 눈팔면 찾기 힘든 아름다운 집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입구에 서있는 나무들의 기상입니다.

조용하고 아늑한 그곳에 도예연구소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천광역시 공예 명장 1호 벽재 고상순! 그분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로지 흙과 더불어 전승의 외길을 40년 동안 걸어오셨다는 명장님께서는 

작은 작품 하나까지도 소홀하지 않으시고 혼을 담고 있습니다. 

고상순명장의 온순한 얼굴 표정까지도 온전히 작품에 눈독을 들입니다. 







연꽃이 그려진 커다란 접시도 마음이 가는 작품이랍니다. 

미완성 작품이지만 살짝 들어 올리시는 표정에서도 40년이라는 세월이 느껴질 만큼 사랑의 손길입니다. 

죄송하게도 예술 쪽에는 전혀 문외한인 나도 숙연해지게 하는 명장님의 작업실이었습니다.








토련기이라는 것인데요. 흙을 섞어 주고 공기를 빼며 재정비하여 압축 결을 나란히 하는 과정을 거쳐 

가래떡처럼 흙을 빚는 기계라고 합니다.  

옛날 도공들은 흙을 직접 밟아서 공기를 빼고 결을 잡는 과정이었는데 요즘은 기계로 흙을 토륜한다고 합니다.








토련기에서 나온 청자기 만드는 흙입니다.








1000년 전 선조들의 역사를 추위로 꽁꽁 얼어 붙었던 겨울에도 

이곳의 흙더미는 사랑의 손길로 아름다운 변신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경서동 녹청자 도요지에서도 일상생활용 도자기로 

접시, 대접, 찻잔 등 그릇들이 출토되었다는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왠지 그곳과 가까운 이곳에서도 기운을 받았나 봅니다.







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물레를 돌리고 있습니다. 

집을 지을 때 도면이 있듯이 도자기나 작품을 만들 때도 디자인이 있더라구요. 

물레를 돌리는 수제자께서 연신 모양을 보고 규격에 맞는 기물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물레를 돌려 기물을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한 다음 나무칼로 자르고 꾸둑꾸둑하게 말리는 과정을 거칩니다.










잘 마른 기물의 굽을 깎아줍니다. 기물을 깎은 후 초벌구이를 하는데요. 

온도가 1300도나 되는 가마에서 48시간 동안 굽는답니다. 

초벌구이를 마친 후에는 서서히 온도를 내려주는 과정에도 열을 식히는데 꼬박 하루가 걸린답니다.








초벌구이가 끝이 난 후에 유약을 바릅니다. 

유약을 바른 후에는 재벌을 하여 이틀을 또 구운 다음에야 하나의 작품이 마무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하나의 작품에는 흙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혼이 담겨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재 탄생을 하는 것입니다.








전기가마로는 소량의 기물을 구어냅니다.







어마어마한 가마에는 얼마나 많은 기물들이 들어갈까요!








도예관  안을 가득 메운 작품들과 한켠에 서있는 오래된 자전거조차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인천 서구 경서동 녹청자도예지가 있음에도 문득, 

도예관하면 산속을 생각하거나 시골의 먼 곳을 떠올리게 될 텐데요. 

인천 서구의 가까운 곳에 사람의 혼을 담은 도예관이 있어 

도시민들에게 잠시의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습니다.  


언제든지 찾아오라는 고상순명장님의 인사를 뒤로하고 도예관을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