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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 향토역사순례 27탄, '잃어버린 섬, 청라도를 찾아서'




인천시 서구 향토역사순례 27탄, '잃어버린 섬, 청라도를 찾아서'



  청라도(靑羅導)는 섬의 형태가 담쟁이덩굴처럼 뻗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푸른 섬, 파렴으로 불려왔다. 조선 시대 기록인 '부평부읍지'에 청라도는 모월곶면 소속으로 부의 서쪽 10리에 있고, 둘레 800보의 섬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1914년 부천군이 신설되면서 유인도인 난지도ㆍ청라도와 인근 무인도를 합쳐 부천군 서곶면 고잔리 소속이 되었고 금산ㆍ범머리ㆍ심포리ㆍ빈정천 등 4개의 마을과 난지도ㆍ청라도ㆍ세어도 등의 섬들과 어우러져 '쑥데이고잔'으로 불려 왔다.


  경서동은 경명현 서쪽의 마을이란 뜻에서 지어졌던 광복 이후의 지명이다. 1980년 이후 검단의 거첨도부터 율도, 이도, 묘도를 연결하는 간척 사업(1986~1991)의 완성으로 12개의 크고 작은 섬들(난지도, 시도, 장도, 거첨도, 일도, 이도, 문점도, 청라도, 율도 등)은 모두 1,000만 평의 육지가 되었고 이 일대는 청라 신도시, 주물공단, 골프장, 화력발전소,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등이 들어서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


  청라도는 난지도와 달리 썰물 때는 경서동과 왕래가 가능했다. 조선 시대에는 원창동의 세곡미 보관 창고의 세곡과 난지도ㆍ청라도ㆍ세어도 등의 한양으로의 산물 운반은 청라도의 중선(돛을 세워 바람을 이용하는 배) 15척이 처리를 했다고 한다. 그 후 청라도의 배들을 백석동(인포, 백석염전), 검암동(서곶염전), 경서동(서구염전), 연희동(상애염전), 가정동(가정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실어 날랐는데 소금 1,000여 가마를 실을 정도로 그 규모가 큰 배였다고 한다.


  마을의 유래에 대한 지역 원로들의 증언에 의하면, 배뿌리에 있는 당산목인 엄나무의 수령은 300년 정도 되었고, 마을 뒤편에서는 패총(貝塚)도 발견되었다고 하여 그 유래를 짐작게 한다. 또한 마을의 규모는 바닷물이 들어와 집 마당 끝에 안장 낚시를 할 정도로 작았지만 40~50년 전만 해도 40여 호 정도가 거주하여 10여 년 전까지 신현북초등학교 청라분교가 운영되었다. 이 분교는 처음 서곶초등학교의 한 학급 설치ㆍ운영을 시작으로 창영초등학교 분교로 이어오다가 2003년 폐교되었다. 주민들은 주로 배를 운영하여 삶을 영위하였고 약간의 농지도 있어 마을의 생활은 비교적 윤택했었다고 한다.



청라도 엄나무


  마을의 모습은 섬의 동편인 배뿌리에서 장재산ㆍ당산ㆍ서낭당 고개를 거쳐 섬의 서편인 도담 뿌리로 연결되는 삼태기 모양이었으며 양 끝에는 오래된 엄나무가 있었다. 청라도와 세어도는 왕실(운현궁) 소유의 토지였는데 마을 뒤쪽의 산은 인근 난지도, 문지도와 함께 조선조 때에 궁궐에 쓰일 소나무를 키우는 양목지가 있었고, 마을에서는 이 소나무로 배를 건조할 정도였다고 하니 나무들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러나 두 번의 산불로 인해 소나무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무들이 소실되었다. 이때 장재산에 있던 수령 300년인 당산목도 고사했다고 하며 그 흔적 또한 30여 년이 지나 그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전한다. 이 밖에 마을의 또 다른 수호목이었던 수령 300년의 참나무도 1970년대 바람에 넘어져 고사했다고 한다.


  또한 동편 마을 입구 배뿌리에 있는 수호목에서도 과거 당제를 지냈었고 엄나 아래쪽 뽕나무 밑에는 장승이 있어 마을의 당산신을 돕는 하위 당신 역할을 하며 마을 주민들과 애환을 나누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수호목은 외부로부터 재액을 막고 병화로부터 안전하게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상징물이었다. 배뿌리와 도담 뿌리는 마을 초입이며 배가 들어오던 곳이어서 수호목이 자리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또한 이 마을의 서낭당 고개는 썰물 때 경서동으로 왕래하기 위해 넘던 곳으로 회화나무와 엄나무가 있고 그 밑에 돌무더기가 남아 있는 흔적과 소로의 흔적이 남아 있어 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조용하고 유서 깊은 청라도의 마을 역사와 문화는 1980년대 주위 매립으로 더 이상 섬이 아닌 육지의 끝자락이 되어 버렸다. 빌딩과 아파트 숲에서 사는 청라동 주민들이 천연기념물 257호인 두루미의 도래지였을 정도로 청정했던 청라도 일대의 과거 모습을 알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청라도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보았다.




/제203호 서구구정소식

인천서구문화원 박한준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