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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서구, 만나고 싶은 서구

사진으로 보는 서구 풍경 26탄, 서곶골프장 준공식




사진으로 보는 서구 풍경 26탄, 서곶골프장 준공식




  시에 보관된 사진첩 속에는 대부분 시가 펼쳐온 행정 기록이나 국가 행사 사진들이 남아 있는데, 이번 건은 특이하게도 "서곶골프장 준공식"이라는 제목이 붙은 골프 티샷 사진이다. 당시는 물론이거니와 지금도 골프라면 역시 부자 아니면 고위층이나 즐기는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  뭐, 이런 사진을 다 보관했단 말인가 하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추측하건대, 이 행사(?)는 아마 당시 인천에 최초로 골프장이 들어선다는데 의미를 두고, 그 개장을 기념하기 위해 넣은 프로그램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니까 오늘날 프로야구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시합에 앞서 유명 인사나 인기 많은 연예인이 나와 시구를 하는 것처럼 골프장 준공 기념으로 시장이 시타(始打)를 하는 장면인 것 같다.


  지금 막 티샷을 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인물은 유병택(兪炳澤) 당시 인천시장인 듯하고, 비가 오는지 우산을 받쳐 든 채 티 그라운드 주변에 둘러선 갤러리들은 복장으로 보아 대부분 수행한 공무원들과 골프장 관계자들인 것 같다. 사진 왼쪽에 옆으로 고개를 돌린 흰색 티셔츠의 인물은 이 골프장 전속 프로 골퍼로 보인다.


  "서곶골프장"으로 표기된 이 골프장은 1969년 3월 18 홀규모의 토목공사에 착수하고 애초 1970년 2월 5일, 부평 시사이드골프클럽으로 발족하여 같은 해 8월 6일 개장했다가 1985년 1월 21일 인천 국제 컨트리클럽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른다. 골프장이 위치한 서구 경서동 177-1번지 일대는 그야말로 시골이었는데 지금은 상전벽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기할 것은 골프장 안에 국가 사적인 경서동 녹청자도요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골프장이 건설되어 있어 마치 절해(絶海)에 뜬 고도(孤島)처럼 되어 있다. 애초 녹청자도요지 발굴이 1965년도 인천시립박물관사업으로 시작되어 1966년도 인천시립박물관사업으로 시작되어 1966년 5월 7일까지 4차에 걸쳐서 시행되었음을 볼 때 뒤늦게, 어떻게 거기를 둘러싸고 골프장이 들어서게 되었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시민 체육을 위해, 또 여러 가지 여건을 보아 골프장이 생기는 것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로되, 사적지가 골프장 그린에 사방 포위되어 오늘날처럼 숨도 쉬지 못하게 된 것은 퍽이나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사전에 슬기로운 조정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이야기이다.


  43년 전에 찍은 "서곶골프장 준공식" 사진을 보면 이것이 우리 내면에 배어 있는 '문화의식'의 한 단면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Green 서구 제203호

김윤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