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서구 풍경 23탄, 청라도 위문 방문
지금은 '청라경제자유구역'이니 혹은 '청라지구' 따위의 명칭으로 남은 옛 청라도는 서구에 속한 섬이었다. 행정적으로는 경서동에 편입되어 있었다. 1986년 동아 매립지 조성 사업에 휩쓸려 매립, 평지가 되고 말았는데, 그때 함께 없어진 섬들이 장도, 일도, 무점도, 창금도, 율도 등이다. 섬 이름이 매우 맑고 고운 느낌을 주어 학생 시절부터 곡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지도 상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하늘도 땅도 경제논리를 따르지 않을 수 없으니 어쩌랴.
청라도는 해발 47.7m 높이의 등성이와 면적 0.79㎢, 해안선 길이 5㎞의 작은 섬이었다. 갯벌과 주변의 염전 등 인천 특유의 섬 모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게 변해 버린 오늘의 '청라지구'는 눈에 띄는 게 마천루 같은 아파트 뜰뿐이다.
이 사진은 "1974년 4월 3일 인천시 관계자"들의 청라도 주민 위문 방문을 촬영한 것이다. 50여 세대, 260여 주민이 살고 있던 이 작은 섬은 당시 뭍과의 연결 교통수단이라고는 18톤짜리 배 해진호가 부정기적으로 다니는 것이 고작이었다. 인천항에서 불과 10㎞도 채 안되는 거리의 섬이었지만 낙도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아마 이렇게 시의 높은 사람들이 시간을 내 위문을 했던 것이다.
위문이라는 말은 인천시가 발행하는 「굿모닝 인천」편집장 유동현 씨의 말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들 고위층이 청라도를 위문 방문한 데에 혹 다른 무슨 긴한 사유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인천시사」를 뒤지고 연표(年表)를 찾아보았으나 별다른 사항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 방문이 있은 꼭 4개월 후, 청라도에 선착장이 신축된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틀림없이 이 방문이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사진 속에는 등성이가 보이고 그 아래 몇 채 초가집들이 남루한 자태로 엎드려 있다. 왼쪽 끝으로 바다가 조금 보인다. 사진 속 인물들은 누가 누군지 확인이 어려운데 맨 앞에서 걸어가는 검은 안경을 쓴 분이 정규남(鄭奎南) 당시 인천시장인 듯하다. 사진 중앙, 조금 뒤쪽에, 경사 길을 걸어 올라오면서도 앞사람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크신, 머리칼이 바람에 날린 채 흰 바바리 코트를 입은 분이 그 시절 인천시정자문위원장이셨던 신태범(愼兌範) 박사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과거! 산천의구(山川依舊)를 누가 말했나. 우리 삶은 오직 벽해상전(碧海桑田)을 반복할 따름이다.
/김윤식 시인
Green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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