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서구 풍경 17탄, 연희동사무소 신축낙성식
오늘은 연희동사무소 신축 낙성식 사진을 소개한다. 사진 속 새로 지은 연희동사무소가 낙성을 본 날짜는 그러니까 1965년 6월 11일이 된다.
눈썰미가 좀 예민한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면서 지난 번에 소개된 가좌동사무소를 떠올릴지 모른다. 두 곳 동사무소 건물이 매우 흡사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아주 미세한 차이는 있을 것이나 두 건물이 똑같이 단층 양옥집에, 전면에서 볼 때 집 좌측에 배치된 넓은 유리 창문이 둘, 그리고 현관문과, 그 옆에 창고인 듯한 큰 문을 가진 구조인 것이다. 한 업자가 돌아가면서 지은 것인지, 아니면 상급 관청에서 동사무소 건물 사양을 이렇게 정해준 것인지 현관문의 무늬 장식이나 창고 문조차 거의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다만 가좌동사무소는 개소식 장면 위주로 좌측에 치우쳐서 사진을 촬영하는 바람에 집의 오른쪽 부분을 볼 수가 없었는데 반해, 연희동사무소는 반대편에서 건물 위주로 촬영했기 때문에 오른쪽 부분을 볼 수가 있다.
재미있는 것이 바로 오른쪽 끝부분에 있는 화장실이다. 벽에 덧대 지어 작은 문을 단 품이 화장실임을 직감케 한다. 특히 이 화장실은 수세식이 아니고 재래식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 증거가 긴 굴뚝형의 가스 배출기다. 꼭대기가 뾰족하게 솟은 팔랑개비 같은 것을 굴뚝 끝에 설치해 바람에 돌아가면서 가스를 빼도록 하는 장치다.
당시 새 건축물에는, 특히 여름철 재래식 화장실이 가지고 있는 폐단을 줄이기 위해 이런 첨단(?)장치를 하곤 했다. 48년 전에 낙성된 연희동사무소 건물과 급속하게 변화, 발전한 오늘의 서구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쨌거나 연희동사무소 낙성식은 가좌동과는 좀 다른 것 같다. 가좌동은 흰 한복 저고리나 점퍼 같은 것을 입은 동민들이 동원돼 그냥 노천, 맨 땅에 앉아 식을 올리고 있었는데 여기는 그와 달리 차일(遮日)을 치고 있고, 땅에 앉은 동민들도 보이지 않는다. 아직 식이 시작되지 않은 데다가, 식장보다 건물 위주로 사진을 찍어서 그런 장면이 드러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당시 이 동사무소가 낙성된 곳은 벌판처럼 보이던 연희동 532번지였다.
김윤식/시인
자료 : Green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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