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서구 풍경 15탄, 가좌동사무소 신축개소식

사진으로 보는 서구 풍경 15탄, 가좌동사무소 신축개소식

1985년 11월 15일 시 조례에 의해 먼저 가좌2동이 분동해 나가기 전에는 이 사무소가 가좌동을 통틀어 유일한 동사무소로서 동민 행정 업무를 보아왔을 것이다. 사진 속 동사무소 개소식 광경은 정확한 날짜는 확인할 수 없이 1960년대라고만 되어 있는데, 연희동사무소 신축 개소식이 1965년 6월 11일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가좌동 사무소 개소식 역시 그 비슷한 시기쯤이 아닐까 싶다.

애초 동사무소의 위치는 원적산 발치께 가좌동 94-1번지(새 주소로는 건지로 363이다.)였는데, 현재는 가좌동 선임(?) 동사무소라고 할 수 있는 가좌1동사무소가 145-19번지에 옮겨 앉아 있고, 옛날 이 동사무소 일대는 도로변 상가로 변하고 말았다.

그 전의 동사무소가 초가였는지, 기와집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새로 지은 동사무소는 단층에 기와를 얹은 조촐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아주 밝고 반듯한 느낌을 준다. 신축 공사가 끝나 오늘 드디어 대망의 개소식을 가지는 순간인데, 그 광경이 문득 입가에 쓴웃음을 짓게 한다. 개소식을 위해 모인 사람들 모습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농어촌 지역이어서 그런 것인지 동원된 동민들은 대부분이 흰 한복 저고리나 점퍼 같은 것을 입고 있다. 개중에는 맨발에 고무신을 신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린 사람도 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시기가 6월쯤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연사 탁자에 선 사람과 의자에 앉은 관(官) 쪽 사람들은 전부 양복 정장을 갖추고 있다.

1960년대는 군관민(軍官民), 이런 식의 위계 순서를 가지고 있던 때여서 민간 동민들은 모두 땅바닥에 주저앉아 높은 분의 훈화나 축사를 무료하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구제(區制)가 시행되기 전이어서 축사를 하기 위해 시청에서 나왔을 법한 제법 높은 사람과 동장, 사무장, 또 다른 동사무소에서 축하차 참석한 인근 동장 등과 몇 명 마을의 어른 외에는 모두 이렇게 앉아 있어야 했다.

말미에 이르러 높은 사람들이 사무소 현관문에 타원으로 걸린 오색 테이프를 끊음으로써 개소식을 마쳤을 테지만, 관 쪽이든 동민 쪽이든 사진 속에 등장했던 분들은 대부분 타계했거나 생존해 있더라도 매우 높은 고령에 다다랐을 것이다.

1960년대 중반 무렵에 찍은 가좌동사무소 개소식 사진 속에서 서구의 옛 모습, 또 반세기 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떠올리게 된다.

김윤식/시인

자료 : Green 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