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드 선수촌에 북한 선수단이 뜨면
아시아드 선수촌에 북한 선수단이 뜨면, 일렬 중대로 발맞추어 가는 북한 선수들
아시안게임이 시작되고, 한창 경기가 무르익었을 때, 구월동에 위치한 아시아드 선수촌에 갔다. 날은 흐려서 구름은 잔뜩 겼지만 간간이 햇님도 동반하여 환해지기도 한 9월의 어느 날. 정문으로 들어가기가 뭣하여 멀리 돌아 서문으로 향했다. 첫 방문이라 쭈삣쭈삣했다.
서문에서 차를 세우고 검색대를 통과하니 바로 좌측에는 북한 선수단의 숙소가 보인다. 어찌 알았을까?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매번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국제경기 때는 선수단 국가의 숙소를 쉽게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창밖으로 국기를 길게 드리우는 것. 되도록이면 국기가 크면 클수록 좋다. 여러 사람들이 보고, '아, 저 나라는 저깄구나!' 하고 금방 알아차릴 정도로 거실창이나 기타 방들의 창밖에 크게 내거는 거다. 서쪽 출입문 좌측의 고층 아파트에 북측의 인민기가 보인다. 그 옆에는 중국의 인공기도 보인다.
아시아드 선수촌의 메인인 조형광장을 지나 남쪽 문으로 향하는데 저 앞에 열 맞추어는 아니지만 거의 대형을 이루고 앞서가는 선수들이 있다. '뭐지?' 싶어 자세히 보니, 세간의 간심이 집중된 북한 선수들이다. 어디로 가나 싶어 따라가 보며 사진을 찍는다.
선수촌 안에는 세탁소 식당 병원 경찰서 우체국 이·미용실 꽃집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선수들을 위한 서비스 시설로 마련되어 있다. 각종 비품과 집기들도 두루두루 갖추어야하기에 대형 창고가 곳곳에 보인다.
선수촌은 아시아드가 끝나고 나면 보금자리 주택으로 전환된다. 입주자들은 자신들의 주택이 역사의 현장으로 사용되었던 것에 나름 자부심을 가질 터.
의료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선수촌내의 학교부지. 향후 초교로 개교될 예정이다. 북한 선수들을 따르다 이곳저곳을 찍는다. 아이들도 이곳이 역사와 글로벌 현장임에 더욱 발전된 성숙함으로 학업에 임하려나? 학교가 참 이쁘다.
"선수촌의 안전은 우리 손에 달렸소다!" 남동경찰서 소속의 두 분 경찰, 첫째도 민생치안. 둘째도 민생치안이라며 묵묵히 가던 길 가신다.
먼저 북한 선수들이 지나간 길을 어느 나라의 선수들이 지나가고 있다. 그길로 쭉 가면 남문이고 버스를 타고 경기장엘 간다. 그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남문 쪽에서 북문을 향하여 바라본 아시아드선수촌 정면. 다들 시합에 나갔는지 선수촌이 한산하다. 저녁이면 그들도 지거나 이기거나 밝은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차이나! 중국선수들이다. "니하오!" 하고 인사하고 싶은 걸 참는다. 그들은 이번 경기에서 국가별 순위 1 위다.
아마도 하키선수들이지 싶다. 길다란 필드용 하키 채를 하나씩 지녔다.
남문 게이트. 누구나 쉽게 들어가는 문은 아니다. 이번 아시아드 조직위원회에서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선 수, 임원 등 많은 이들에게 ID카드를 나눠줬지만 누구나 다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특정 사람들만 허용가능 이기에 신중히 꼼꼼히 출입을 관리한다. 보안요원들의 수고가 보람차다.
웰컴센터는 어서 오라는 곳. 반갑다는 곳. 무엇을 도와줄까? 물어 보는 곳. 처음 입국한 관계자들이 선수촌에 입촌하기 위해 반드시 꼭, 거쳐야 하는 곳. 그곳으로 통역과 안내 등을 담당한 자원봉사자들 들어가고 있다.
이번 아시아드의 관심사는 단연 북한 선수단. 어딜 가도 인기 만점이다. 누가 얘길 한다. "재들은 너무 안됐어. 매일 단체로 움직이고 매일 똑같은 길로만 다니까" 그렇다 그들은 아직 이곳이 자유의 땅이 아닌 관심의 땅이다. 세상은 너무나 좋아져서 내가 그들 가까이 다가가 " 안녕하세요? 인천 날씨 좋죠?" 하고 물어도 누구도 내게 직접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에게 말을 거는데 누가 뭐라겠는가?
다시 한 번 더 질문한다.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시합 나가는 거예요?" 모두는 나를 보고 나는 웃고 있고, 그들은 웃지도 답하지도 외면하지도 않는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법이 있어 그 법을 지키고 나는 나의 의사로 그들과 말하고 싶다. 말을 한들 대답을 하겠는가 마는 나는 앵무새처럼 떠든다. "화이팅이예요! 경기 잘하세요!" 그들은 수영 싱크로나이즈 선수들과 관계자들이었다.
그들을 담으려고 담은 게 아니다. 그들을 따라오려고 온 것도 아니다. 우연히 선수촌 탐방 중에 서문에서 남문으로 나왔고, 다시 남문에서 서문을 향하려고, 수송센터부터, 웰컴센터부터 들린 것이다. 선수촌의 모터폴(수송센터)은 아시아드 기간 중, 운영되는 곳곳의 모터폴 중에서도 최대의 모터폴로, 버스는 선수들을 나르고 승합차는 대회 관계자와 운영요원들. 승용차는 VIP 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차량들이 드나들고 그 현장을 전하고 싶어 남문으로 나왔는데 그들과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예전에 약 3년간 중국에서 살았다. 그것도 북조선과 가까운 연변지역에서 두만강을 사이에 둔 투먼(도문)을 관광차 자주 왕래했기에 북쪽의 정서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고, 인테리어 잡화를 판매했던 사업체에 북조선 인민공화국의 뱃지와 김정일 동지의 뱃지를 단 북측 사람들이 벽지나 장판 등 인테리어 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실거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중국의 지린성 옌지엘 가면 그들이 운영하는 호텔과 식당도 있어 실향에 마음이 아련한 실향민들은 북측 선수단을 보면 고향생각에 눈시울이 젖기도 할 것이다. 특히 인천은 실향민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이번 아시아드에 참여한 북측선수들에 대한 마음도 남다를 듯싶어 그들의 뒷모습까지도 담고, 멀리 사라지는 버스까지도 담아 본다.
오늘, 또 아시아드 선수촌을 갔다. 오늘도 목적은 업무를 동반한 취재. 지난번엔 서쪽으로 진입했던 거완 달리 오늘은 남문으로 진입하여 차를 세우고, 보안 검색대를 지나 전번에 찍지 못했던 선수들의 지상낙원인 선수서비스 센터를 취재하려 했다. 열심히 이곳, 저곳을 찍고 6시쯤 그곳을 떠나려는데... 1번부터 26번까지 이어진 버스 정류장의 맨앞 1번 승강장에서 차를 타고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눈앞에 줄 지어 가는 모습... 북측 선수들이다. '이번엔 어디를 가나?' 얼른 차를 내리지만 그들은 이미 차를 탔다.
서둘러 뒷모습 몇 장과 버스에 앉은 모습, 차창에 비치는 모습을 찍는데 누가 뭐라 한다. "찍으심 안 됩니다!" "아, 네!" 그런 것이다. 가끔씩은 통제도 필요한 것이다. 내가 지나치지 않아도 다수를 위하여 소수에게 일침도 가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들은 우리 속의 동물이 아니다. 그들은 느낌 없는 석조물이 아니다. 그들을 향한 시선이 때론 우호라 해도 지나침은 기분 나쁠 수 있기에 다소곳이 물러난다.
가서 보고 듣고 느끼고 한 여러 것들 중에서, 북한 선수단 중 시합 나가는 선수들을 보고, 반가워... 달려가 직접 찍은 사진 중 몇 장을 올려 본다. 그들의 행복이 곧 우리들의 행복인 날, 곧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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