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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서구, 만나고 싶은 서구

사진으로 보는 인천 서구 풍경 37탄! <검암동의 민가 안채>




사진으로 보는 인천 서구 풍경 37탄! <검암동의 민가 안채>




이 사진을 보니 문득 작년 2월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월간『 굿모닝 인천』에 썼던‘ 검암한옥’이 생각난다. 그 글은 오래되고 음식 맛이 변함없는, 좋은 밥집들을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그 집이 바로 이 사진 속의 집 구조와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집 소재지도 검암동 196번지였던 것이다.


“검암한옥은 한옥 본래의 격조를 완벽히 갖추었던 집은 아니다. 장사를 위해 여기저기 손질을 한 개량 한옥이다. 애초 ㄱ자 형 집에 후에 ㄴ자만큼 덧대어 지은 한옥인 터라 그 만한 넓이의 웅숭깊은 맛은 없다. 그러나 대청마루 위 대들보와 반들반들 윤이 나는 서까래, 그리고 사이사이에 바른 희고 단정한 회칠은 70여 년 묵은, 서른 평짜리 한옥의 맛과 멋을 내고는 있다. 특히 마당 가운데에 돌을 밖아 치장한 우물과 붉은 녹을 쓰고도 아직 소임을 충분히 하고 있는 펌프 따위가 머릿속 생각을 금세 몇 십 년뒤로 돌아가게 한다.


온통 빌라 촌이 되어 버린 허암산 발치에 어떻게 이 집만 혼자 살아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주인에 의하면, 십 수년 전 구획정리 당시, 다른 집들은 모두 헐리는데 이 집만은 상태가 양호해 존치 건물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검암한옥이라는 옥호로 이 지역의 대표처럼 행세를 하는 것이다. 여기 살던 옛 토박이들도 이 검암한옥을 바로미터삼아‘ 이쯤이 누구네 집, 이쯤이 누구네 대문, 저만큼이 정 씨네 안채’ 등등을 떠올린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


이것이 그 음식점 집 모양과 내력에 대해 대략 설명한 내용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검암한옥과 이 집의 구조가 같을까. 사진에서처럼 검암한옥도 같은 위치에 우물이 있다. 다만 우물 곁에 펌프가 하나가 더 있을 뿐이다. 그 외에는 정면에 보이는 부엌의 위치, 대청마루로 올라서는 2개 층의 긴 계단이 거의 같은 모습이다. 사진과 다른 것은 검암한옥이 지붕에 얹고 있는 기왓장.


이 사진은 1960년대에 촬영한 것으로 검암동의 정기탁 님이 서구문화원에 제공했다. 혹 이분 댁이 19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기와를 얹고, ㄴ자 만큼 덧대어 개축된 뒤 오늘까지 살아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틀린 추측이라고 해도 이 사진은 그 시절 우리 생활 모습을 엿보게 한다. 남향받이 정다운 전통초가! 거기 마당 가운데 우물, 우물 턱에 걸린 한 되들이 깡통 두레박, 우물 위쪽으로 보이는 흰 빨래, 지금은 볼 수 없는 검은색 함석 바께쓰, 블록 벽돌 위에 올라앉은 다라, 부엌 앞의 세숫대야, 숯불 풍로, 그위의 양은솥이라니! 거기에 식구들은 모두 논으로 밭으로 나갔는지 텅 빈 안채를 채우고 있는 고요. 다른 세상 같다. 누렇게 빛바랜, 그나마 몇 남지 않은 흑백사진 속 옛 풍경이다.





Green서구 제214호

김윤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