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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인천 서구 풍경 30탄! <가좌동 웃말의 모내기>





사진으로 보는 인천 서구 풍경 30탄! <가좌동 웃말의 모내기>




  1960년대 초 가좌동 웃말, 현 진주아파트 부근 논의 모내기 모습이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이다. 이리저리 대로가 뚫리고 거대한 아파트들과 건물들이 촘촘히 들어선 시가지와 이 사진을 대조해 보면 오늘 여기가 과연 이랬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선 시골 풍경이다. 하기야 옛 말에도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반세기 전 풍경이라면 그야말로 창상지변(滄桑之變)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속에는 모두 사라진 것들뿐이다. 우선 초가집의 그 소 잔등 같은 휘움하게 곡선을 그리는 지붕이 사라졌다. 창호문 초가집 툇마루 몇 발짝 앞, 논둑 위로 비바람에 점점 주저앉고 있는 작년의 노적가리, 그리고 그 옆에 변소 겸 왕불을 때고 난 뒤 남은 잿더미 같은 퇴비를 보관하는 창고 겸 또 농기구를 보관하는 다목적 초가 헛간이 그 옛날에는 어느 집에나 있었는데….


  초가지붕 처마가 무너진 데 없이 단정한 것을 보면 겨울 지나 지난 봄에 새로 이엉을 얹은 듯하다. 지붕을 새로 하는 것도 대단한 역사(役事)여서 마을 두레가 나서서 품앗이를 하곤 했었다. 지붕 위로 진흙덩이를 던져 올리고, 새끼로 튼튼히 묶어 엮은 볏짚을 두루마리처럼 해서 올리는 흥미로운 공정을 어려서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시골 마을 삶의 풍정 중 아마 이 초가지붕이 가장 먼저 사라졌을 것이다. 1970년대 본격적으로 새마을 운동이 전개되면서 지붕 개량이 가장 우선 사업이어서 슬레이트 같은 것으로 다 교체가 되었던 것이다. 논둑 밭둑을 따라 난 소로(小路)가 초가집 쪽으로 뻗으며 세 갈래로 갈라지는 것도 퍽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무논에서는 못줄을 따라 밀짚모자나 운동모자를 쓴 남자 여섯이 모를 심느라고 모두 허리를 굽히고 있다. 한 사람은 모포기 묶음을 심기 좋게 논 여기저기 흩어 놓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사람이 이 논의 주인일 듯싶다. 


  이 위쪽 작은 논의 모내기가 끝나면 아마 오른쪽 밑의 논으로 옮겨 갈 것이다. 이렇게 종일 몇 마지기 논의 모를 내고 나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플것이다. 그 아픈 허리를 잠시 쉬고 출출한 속을 채우는 시간이 새참 시간인데 아직은 이른 모양이다. 못줄이 썩 많이 나가지 않은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사진에 단 한 명의 여인도 보이지 않는 것은 지금 한창 부엌에서 새참을 준비하느라고 그럴 것이다. 아무튼 이런 모내기 장면도 다시는 보지 못하는 풍경이 되고 말았다. 농촌 지역에서도 지금은 모내기 기계를 사용하지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허리를 굽혀 모를 심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구 가좌동 웃말! 지금은 대도시 한복판.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이 변했다. 50년 전만 해도 초가와 논과 노적가리와 지게와 오솔길과 버드나무와 까치집이 어우러진 푸근하고도 정겨운 고장이었는데….





/Green 서구 제 207호

김윤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