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발짝만 움직이자!
더위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열대야로 뒤척인 날은 너나없이 일상조차 귀찮다. 사람의 3대 욕구를 식욕·수면욕·음욕(淫慾)으로 꼽는 건 그만큼 잠이 중요한 까닭이다. 쌓인 피로에 입맛마저 잃은 사람들은 극도로 예민해져 사소한 일에 언성을 높이고, 드잡이도 서슴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인 우리의 이성(理性)이 더위를 먹어 가출한 까닭이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잘 놀아주던 가장(家長)이 방콕(방에 콕 박혀 있기)으로 일관하고, 헉헉대며 끼니를 차려내던 엄마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해 그 불똥이 아이들에게 튄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아이 때문에 엄마의 혈압은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눈치를 살피는 가장의 모습 또한 딱하다. 집에 있어도 덥고, 나서면 쪄죽는 한여름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그래도 나서야 한다. 아무리 귀찮아도 몇 발짝만 움직이자. 자고로 불은 물로 끄는 법! 심신에 불이 붙는 계절엔 물을 찾아나서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조금만 움직이면 경제적으로 피서를 즐기고 목까지 올라온 짜증을 시원하게 날려 보낼 수 있다. 우리 고장 서구엔 여름소방서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작열하는 태양을 이고 몇 발짝 움직일 용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그것도 더없이 저렴하고 영양가 있게!
흥미진진, 빌딩 숲을 누비는 카누소방서
"청라 커넬웨이 강바람 타고 카누체험교실"
어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믿을 수 없는 풍경이다. 빌딩 숲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주운수로에 노란 카누가 흐른다. 아이들의 재깔거리는 소리는 흥분으로 들떠 있다. 물가에서 바라보는 아이들은 부러운 표정으로 눈을 떼지 못한다. 더운 줄도 모르고 서툰 노를 젓는 아이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들! 청라 커넬웨이(청라 국제도시 주운수로)에서 주말마다 펼쳐지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물과 빛을 주제로한 문화레저공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청라국제도시가 드디어 진면목을 보이는 것이다.
카누(Canoe)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작고 좁은 보트다. 통나무를 파서 만든 배로 신석기시대부터 세계 각지에서 만들어졌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나무껍질배, 에스키모 카약(Kayak)과 같이 짐승가죽으로 둘러싼 스킨카누 등의 가죽배도 카누에 포함된다. 카누는 1936년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한쪽으로 노를 젓는 캐나디언 카누와 양쪽으로 노를 젓는 카약으로 구분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수상레저활성화사업’ 공모에 <강바람 타고 카누체험교실>로 최종 선정된 우리 서구는 주민과 관광객이 도심 속에서 쉽게 카누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올가을 막이 오를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과 맞물려 청라국제도시의 수변시설을 활용한 스포츠 레저 관광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도 당장 삼복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반갑다.
청라 커넬웨이 카누체험공간은 수심 1m 이내로 안전하며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체험이 가능하다. 체험비는 3,000원, 기초생활수급자나 사회취약계층은 증명서를 제출하면 무료다. 접수는 현장에서 하는데 워낙 인기가 많아 금세 마감되므로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게 좋다. (15인 이상 단체는 온라인 접수(클릭) 가능)
매주 토,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최대 6회 시간대 별로 운영되며 11월 29일까지(아시안게임 기간 중에는 평일에도 운영) 계속된다. 카누체험은 총 1시간으로 안전교육 20분, 카누타기 40분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겨도 좋고, 줄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양보한 부모들이 수변 벤치나 커피숍에서 카누를 즐기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담을 나누어도 좋다.
스포츠 경기에서 눈요기만 하던 카누가 도심지에 쳐들어왔다. 몇 발짝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그것을 즐길 수 있다. 홀로 혹은 둘이 노를 저으며 도심을 유람할 수 있으니 놀라운 세상이다.
아찔한 스릴, 물썰매소방서
"서구의 명소 사계절 썰매장"
돗자리, 먹을거리, 타월만 챙겨 가면 온종일 시원하고 행복하다. 녹음 우거진 도심 속 자연휴양지, 어느덧 서구의 명소가 된 서구 사계절 썰매장이 문을(7월 5일~8월 24일) 열었다. 물장구치는 풀장도 좋지만 무엇보다 인기 있는 건 짜릿한 스릴의 물썰매다. 한겨울 눈썰매 타던 기억을 떠올리면 더욱 시원해지는 물썰매 아니던가? 여기 역시 부지런해야 그늘진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물총이나 비치볼을 가져가면 아이들의 놀이가 좀 더 풍요로워진다. 꺅꺅대며 즐거운 비명 지르는 아이들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던 부모도 풍덩! 물에 뛰어들고, 내친김에 튜브를 타고앉아 물썰매를 타지만 표정관리가 안 된다. 아찔한 스릴은 아이들의 것, 어른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놀리는 아이들 손을 잡아떼며 도망치는 아빠! 바로 이게 사람 사는 모습 아니던가?
목이 쉬도록 비명을 지르며 미끄러지던 아이들이 호루라기 소리에 물을 뚝뚝 흘리며 걸어 나온다. 그리곤 엄청난 식욕으로 간식을 먹어치우면서 언제 다시 들어가나 호루라기 소리를 기다린다. 한 시간 단위로 운영하는 물썰매가 아이들은 불만스러운 눈치다. 먹는 것도 노는 것도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 저것들 먹여 살리자면 정신 바짝 차려야지. 부모들은 더위 먹은 심신의 끈을 틀어쥔다. 물썰매 가동시간을 못 기다리고 풀장으로 뛰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던 어른들 눈에 어린 날 추억이 떠오른다. 입술이 새파랗게 질리도록 물장구치다 따끈하게 데워진 바위에 배를 척 깔고 엎디어 언 몸을 녹이던 기억 말이다. 어른들 입가에 아련한 미소가 깨물린다.
어른 5,000원, 아이 3,000원이면 풀장과 물썰매 그리고 썬텐장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서구 사계절 썰매장이다. 스낵하우스와 휴게실이 구비돼 있어 빈 몸으로 와도 크게 불편할 건 없다. 무엇보다 200면이 넘는 무료주차장이 매력적이다. 우리 곁엔 '청라 커넬웨이 카누체험장'과 '서구 사계절 썰매장'뿐 아니라 지역 요소요소에 바닥분수 6개소, 물놀이장 2개소, 계류 4개소, 생태연못 2개소, 분수 3개소가 '여름소방서'로 자리하고 있다. 폭서로 활활 불타는 계절, 떨치고 일어나 불 끄러 가자. 더위 먹어 가출한 이성(理性) 찾으러 가자. 몇 발짝만 걸으면 메뉴도 다양한 여름소방서가 있지 않은가?
글/김진초/본지 편집위원
[자료 : 인천시 서구 구정소식지 Green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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