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인천 서구 풍경 40탄! <일도(一島)의 겨울>
인천에서 나서 자랐어도 서곶 쪽과는 거의 두절하다시피 살았던 까닭에 이런 섬이 있었는지 몰랐는데 서구사(西區史) 들추다가 우연히 그 존재를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매립으로 사라지고 없지만 1977년까지는 엄연한 도서로 존치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일도! 전혀 들어 본 바 없는 아주 생소한 섬이어서, 위치라도 알아보기 의해 지난날 지도를 찾아보니 육지 쪽에서 보면 바로 청라도 서쪽 등 뒤에 숨듯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재미있는 것은 청라도 아래 서남 방향으로 일도보다는 훨씬 작은 이도라는 섬이 마치 동생처럼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서구사의 설명으로는 일도는 호도와 마찬가지로 육지에서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는 매립이 되어 한국가스공사지사와 한국전력공사 인천복합화력발전소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조금 위쪽에 있던 장도와 함께 매립 방조제로 청라도와 연결되어 서곶지역의 새로운 인공 해안선을 형성하고 있 다고 부언하고 있다.
오늘날 청라지구가 이룬 그 대역사(大役事)의 위용을 보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인천이 도시화, 산업화에만 전념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이용한 관광산업에 일찍 눈을 떴다면, 전체적으로 발전은 좀 더디더라도 지금쯤은 이 일대 34개의 섬들을 그대로 보존한 뛰어난 해양 관광지로서 이미지를 자랑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말이다.
각설하고, 사진은 에 실린 것으로 일도 주민이었던 홍인식 님이 제공한 것이다. 멀리 보이는 건물이 홍인식 님의 생가이고 얼어붙은 논에서 썰매를 지치고 있는 어린이는 그분 자제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1980년대 풍경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쯤은 그 자제분도 중년이 되어 있으리라.
근 60년 전쯤, 형과 함께 종일 망치를 뚝딱거려 썰매를 만들던 기억도 떠오른다. 나무로 썰매의 얼개를 만들고 밑에 굵은 철사나 강철 칼날을 달아 얼음 위를 미끄러지게 했다. 그리고 는 썰매에 올라 손이 시린지 코가 어는지 여념이 없이 종일 동네 아이들과 얼음판 위에서 살았다.
사진 속에는 다른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당시 일도 주민이 통틀어 몇 사람 되지 않았던 까닭일 것이다. 이렇게 적막했던 일도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관광지로 변해 있지 않았을까. 서구 경서동 일도의 겨울 풍경 사진 한 장이 마음을 흔든다. 우리는 이렇게 옛날을 잊고, 잃고 살아간다.
Green서구 제217호
김윤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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