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인천 서구 풍경 36탄! <한가로웠던 가로>
오늘날 인천 어디에 이런 풍경이 남아 있을까. 정말 이런 때가 있었을까. 들여다볼수록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질 만큼 고요하고 한가로워서, 산중(山中)은 아니더라도 이백(李白)의 시「 산중답속인(山中答俗人)」의“ 심자한(心自閑)” 구절이 다 떠오른다.
사진을 찍기 위해 굳이 인마(人馬)의 통행을 막은 것 같지도 않은데, 행인 하나, 차량 한 대가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은 지금부터 41년 전인 1973년에 인천시에서 찍은 것으로, 그 무렵 가정동, 신현동, 석남동 사무소 앞, 곧 가정동 콜롬비아공원 인근 도로 풍경을 보여준다. 이때는 서구 지역이 워낙 시내에서 떨어진 변두리 시골이고 인총(人叢)도 그다지 많지 않아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인천을 통틀어 전체 차량 대수도 몇 안 되던 시절이었으니 이 외진 곳을 통행하는 차가 쉽게 눈에 띄랴.
간단히‘ 인천시 행정 현황’이라는 표제의 사진철 속에‘ 가정동 가로수 식재’라는 소제목이 붙은 것을 보면 담당 공무원이 말 그대로‘ 가로수 식재’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 두려 한 듯하다. 그렇지만 가로 양편의 나무는 수종을 알아볼 수 없고 그 모양도 고작 묘목 수준을 조금 넘어선 듯이 보일 뿐이다. 계절 역시 알 수 없다. 사진 속 길섶의 풀은 다 말라 있는 상태이고, 가로수는 싹이 트지 않았다. 분명 봄날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깊은 가을이나 한겨울도 아닌 듯하다.
또 나무뿌리 근처에도 새로 흙을 팠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전 해에 식재를 하고는 뒤늦게 사진 촬영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도로 개설은 나무 심기보다 더 앞섰을 것이다. 포장 상태가 갓 한 것처럼 산뜻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2 년 전에 이 2차선 도로를 내고는 그 후 얼마 시간이 경과한 뒤에 식재를 했고, 식재 또한 사진 찍기 몇 달 전의 일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제목과는 상이하게 보이는 사진 속 계절과 식재 시점에 의문이 들어서 생각해 본 것인데, 그렇다고 그것을 지금 와서 추리하듯 파헤쳐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만 경인고속도로가 뚫리고, 더불어 불길처럼 일어난 새마을운동이 많은 곳의 논두렁, 밭두렁길을 이 같은 신작로로 변하게 했다는 사실이다.
그때 서구 살던 누가 집을 떠나 있다가 추석 무렵이 한적하고 쓸쓸한 가로를 밟으며 그리운 고향집으로 돌아왔을지 모른다. 혹 그때 그 주인공이 어디에 있다면 그는 사라지고 없는 사진 속 옛 풍경을 보며 마음 찡한 느낌을 가지리라.
문득, 오늘 우리가 대단한 문명의 나날을 구가하면서도 마음은 오히려 도시의 번잡과 혼탁을 떠나 이런 시절의 이 같은 한가롭고 정적(靜的)인 풍경을 더 그리워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김윤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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