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있는 서구, 만나고 싶은 서구

사진으로 보는 인천 서구 풍경 42탄! <가좌농민학교 개교 기념>




사진으로 보는 인천 서구 풍경 42탄! <가좌농민학교 개교 기념>





이 사진은 1962년 10월 3일 '가좌농민학교 개교 기념’이라고 제목이 붙어 있는데, 기존 블록 담에 초가를 얹었던 구교사 대신 새로운 현대식 학교 건물을 완공한 뒤 가진 '낙성 기념’일 듯하다. 새 교사를 낙성한 때가 1962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사진은 낙성 기념사진이고 촬영에 임한 분들은 초대된 하객들일 것이다.  아무튼 이 사진은 가슴을 한없이 벅차게 한다. 앞줄에 나란히 앉아 계신 두 분 은사님 모습 때문이다. 한 분은 아직 건강히 계서 가끔 전화까지 주시지만, 또 한 분은 가신 지 벌써 31년이나 된다. 사진 앞줄 중앙에 지금은 볼 수 없는 검은색 재건복을 입은 분이 고등학교 1년 때 담임이셨던 은사 심재갑(沈載甲) 선생님이시고, 그 오른쪽 분이 중학 1, 2년 시절 월요일 조회 시간이면 가슴속까지 후련하게 연설을 하시던 고 길영희(吉瑛羲) 교장선생님, 바로 그 두 분이시다. 길 교장 선생님도 언제나 검은 두루마기가 아니면 이렇게 아주 엷은 홍색 재건복을 입으셨다. 


생전의 길 교장 선생님은 심재갑 선생님을 퍽이나 아끼셨다. 후진 교육에 대한 다함없는 심 선생님의 열정을 어여삐 보신 까닭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만사를 제치시고, 또 불편한 교통을 마다않으시고 이곳 가좌동까지 오셔서 축하와 격려를 하셨을 것이다.“광복 후 인천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해 일본인 중학이던 학교를 민족교육의 도장으로 바꾸고, 1954년에는 제물포고등학교를 설립하여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라는 신념” 아래 영재를 기르신 교장 선생님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길 교장 선생님 오른쪽으로 단독 의자에 앉으신 두루마기 차림의 어른이 심 선생님의 선친이신 고 심운섭(沈雲燮) 선생이시다. 


심운섭 선생은 이미 1940년대에 가좌동 아랫말(신진말) 생가 사랑채에 학당을 열고 교수를 초빙해 가난한 사람들을 교육하신 교육 선구자이시기도 하다. 심 선생님 왼쪽 외국인들은 당시 부평 미군부대 에스캄의 장교들이라고 하는데 아마 농민학교 건설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뒷줄에는 또 당시 가좌동장님과 길문회 교장 선생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 사진은 풍경이 아닌 옛 서구의 교육자 부자(父子) 두 분의 면면을 특히 우리에게 각인시킨다. 서구에는 이런 독지(篤志), 유지(有志) 분들이 여럿 계셨다. 


Green서구 제219호

김윤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