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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서구 풍경 48탄! <옛 석남동사무소>



사진으로 보는 서구 풍경 48탄! <옛 석남동사무소>





아, 이런 사진도 있었구나 싶다. 1960년대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더 오래 된 사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60년대에 들어서 연희동, 가좌동 등이 큰 집은 아니더라도 지붕에 기와를 얹고 시멘트를 바른 양옥 건물로 새롭게 단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연희, 가좌동사무소가 신축, 개소한 때가 1965년이니, 이 같은 석남동사무소의 모습은 1960년대 초 무렵까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추측하건대 아직 앞선 두 동사무소보다 착공이 늦어진 까닭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 사진을 보니 1960년 중학에 들어가던 해가 떠오른다. 입학 서류로 호적초본이 필요해 그것을 떼러 처음 이런 곳에 갔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호적초본을 떼러 간 곳이 동사무소가 아니고 좀 규모가 큰 출장소이기는 했지만, 문득 그때 생각이 나는 것이다. 


양 팔뚝에 토시를 낀 채, 누런 테를 두른 도수 높은 돋보기안경을 잡수신 서기 아저씨가 두툼한 서류철을 이리저리 들추던 광경이 생생히 떠오른다. 벗어난 이야기지만 조금 더 길게 그때 사정을 늘어놓자면, 아저씨는 우리가 '제기종이'라고 부르던 얇은 괘지(罫紙) 밑에 먹종이(墨紙)를 대고 쓱쓱 달필을 놀려 복사 서류를 만들어 주었다. 그 한자로 써진 달필 서류를 소중히 챙겨 들고 돌아오던 기억! 60세 이상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경험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다시 사진 속으로 돌아가자. 몇 평이나 될지. 아무리 커 봐야 그저 10여 평 내외가 아닐까 싶다. 여느 가정집을 구해 동사무소 건물로 개조해 쓴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지난해에 새로 이엉을 얹었는지 비교적 두툼한 초가지붕에는 흰 눈이 남아 있다. 


미닫이 식으로 된 동사무소 '정문' 옆에 내려 달린 두 개의 간판 중 오른쪽 것에 "인천시석남동사무소“라는 글자가 돋보기를 통해 아주 희미하게 보인다. 사진 아래 石南洞”이라고 크게 쓴 흰 글자는 아마 사진을 보관하던 담당자가 훗날 확인을 위해 쓴 것으로 보인다. 그 옆의 간판에는 "대한xx 후원회인천시석남동분회"라고  쓰여 있는 듯한데 나머지 두 글자는 그나마 영 판별을 할 수가 없다.


이것이 5~60년 전 우리네 관공서 청사의 모습이었다. 혹자는 뭐 이런 사진을! 하며 심드렁하거나 외면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초가를 얹고 돌담을 쌓은 집에 살던 시대가 훨씬 정답고 의로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틀림없이 내 아버지, 어머니, 그 앞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이런 집에서 시대를 사셨다. 그런 감회를 느낀다. 




Green서구 제227호

김윤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