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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인천 서구 풍경 46탄! <봉우재 마을 삼거리 안길 공사>





사진으로 보는 서구 풍경 46탄! <봉우재 마을 삼거리 안길 공사>




사진첩을 들추다 보니 1970년대 초반 새마을운동이 한참이던 무렵의 가정동 도로 공사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서곶지구 도로 확장 공사나 인천 서구 백석동 도로 공사 등등 이 비슷한 사진들을 지면에 소개한 바 있지만, 우리 앞 세대들이 이렇게 힘들게 오늘의 터전을 일구었구나 하는 감회가 새삼스러워 한 번 더 싣는다.


“1970년에는 새마을운동이 시작되었고 이는 농민들의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자극하여 농촌의 외형적 모습을 바꾸어 놓는 데는 성공했으나 관의 실적위주의 추진과 시행 방법의 획일성 등과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주택 개량·농로 개설·마을 앞 진입로 건설 등의 외형적 변화와 함께 노름, 과음 등과 같은 퇴폐풍조를 일소하는 데 큰 성과를 올렸다.”


『인천시사』에 보이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기록인데, '봉우재 마을 삼거리 안길 공사'도 역시 이 같은 새마을운동 정신 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사진 정중앙 오른쪽 공중에 자랑스럽게 나부끼는 '새마을 운동' 깃발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런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언제나 똑같다. 안 되었었나.’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다. 대대로 우리는 지독히도 가난하게 살았고, 지독히도 문명과 담을 쌓고 살았다. 좁고 다니기 힘든 흙길을 비가 오면 그저 푹푹 빠지고 미끄러지면서 다녔다. 흙과 남루의 삶! 불과 40여 년 전의 사진을 보노라면 정말이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전혀 딴 세상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은 지게를 지고, 흰 수건을 머리에 두른 여자들은 세숫대야 같은 것을 이고 자갈을 나르고 있다. 남자들 모습도 여럿 보이지만 유독 머리에 세숫대야를 인 여자들이 많이 눈에 띈다. 군용 잠바 따위를 입은 남자들과  '몸빼'에 굵은 털 자켓을 입은 여자들. 복장이 두터운 것으로 보아 겨울인 듯하다. 오른쪽 논바닥에 하얗게 보이는 것이 얼음이 아닌지.  


시청 사진첩에는 '봉우재 마을 삼거리 안길 공사'라고 거창한 이름이 붙어 있지만 보아하니 이제 길을 넓혀 고른(그것도 삽이나 괭이로 이루었을 것이다.) 뒤 자갈을 운반해 까는 공정 같은데 이 역시 맨손에 지게와 세숫대야가 전부인 순전히 인력에 의한 작업이다. “오늘에 와서 일시에 빌딩이 솟고, 안락하게 승용차가 구르도록 고속도로가 생겨난 것은 결코 아니다. 앞선 사람들의 힘든 노역이 쌓여 이렇게 길이 나고 이윽고 대로와 고속도로가 열리는 것이다.” 언젠가 썼던 구절이다.


축곶산 봉화대 때문에 마을 이름이 봉우재가 되었다는 이 마을은 청라신도시 건설로 본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다. 



Green서구 제 223호

김윤식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