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인천 서구 풍경 43탄! <검단국민학교 조회 풍경>
언젠가 이렇게 '국민학교'라고 제목을 붙이니까 초등학교라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민의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분께 지금은 당연히 초등학교이지만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서 우정 그렇게 썼다는 대답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검단국민학교라고 제목을 붙인다.
이 사진은 검단초등학교에서 제공한 것이다. 서울 재수복과 함께 6·25 전쟁이 휴전협상 단계로 접어들던 1951년에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아직은 혼란한 그 와중에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사진을 찍었는지 다소 의아하다. 그리고 난리 통, 궁핍한 시절임에도 이 같은 사진을 현상해 보존했다는 사실이 아주 대견하다.
적게 잡아도 100여 명은 넘을 정도의 남녀 생도가 단상의 사람을 향해 도열해 있는 것으로 보아 전체 조회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남학생들은 거의가 바지저고리를 입었는데, 여학생들은 한복 치마저고리와 함께 신식 원피스 차림도 여럿 보인다. 전쟁을 치르던 당시 검단 지역에 이런 가정이 상당수 있었다는 말인가?
전체적으로 사진의 느낌을 을씨년스럽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달랑 1채뿐인 단출한 교사(校舍) 풍경이다. 그것도 전면의 유리 창문 몇 장을 빼고는 대부분 떼어 놓아서 몹시 휑뎅그렁하게 느껴진다. 사진 왼쪽의 한 그루 앙상한 나뭇가지와 학생들의 복장을 보면 어림잡아 11월은 지났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왜 그랬는지.
이상한 것은 뒤쪽의 창문은 전부 그대로라는 점이다. 전쟁 통에 총격이 있었다면 학교 벽면에도 한두 군데쯤은 흔적이 있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또 의아한 것은 연단에 선 사람 오른쪽 창문에 선생인지, 학생인지, 아니면 다른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는 두 사람이 당당히 조회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 좌측 중앙 쪽에, 바지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로 태연히 뒤돌 아 이쪽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흰 모자의 사람도 역시 궁금하다.
이런 의문을 다 지우고, 이날은 전쟁 통에 문을 닫았던 학교를 재개교하는 날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썰렁한 교실에서 수업을 했을 리 없고, 학생들도 가방 같은 학습 장비를 가지지 않은 것이 그런 추측을 낳게 한다.
빛까지 바랜 낡은 사진이어서 더 음울하게 느껴지기는 해도 우리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증거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고 귀하다. 이날을 증언해 줄 사진 속 주인공 한 사람쯤 어딘가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Green서구 제220호
김윤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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