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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서구 풍경 44탄!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 웃말>



사진으로 보는 서구 풍경 44탄!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 웃말>



상전(桑田)이 벽해(碧海)가 된다는 말은 이 사진 한 장이 그대로 증명한다. 세상은 사람 살기 좋게 변해 가야 하지만, 그 변천이 자심하다면 오히려 덧없게까지 느껴지게 된다. 차로라고는 해도 이 한가로웠던 시골 신작로는 차량이 꼬리를 물고 내왕하는 대로로 변하고 소의 잔등처럼 휘움한 초가집들은 수천 주민이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되었으니 어찌 그렇지 않으랴. 



이 사진은 가좌동 능안에서 바라본 웃말 풍경이다. 과거 남구 도화동과 통하는 나루를 따라 가좌동에는 웃말, 아랫말이 있었다. 지금의 진주아파트 단지 일대가 웃말, 가좌 인터체인지 부근이 아랫말이었다. 나루는 인천교 다리가 설치되면서 사라지고 인천교는 다시 매립으로 사라진 데다가 마을이고 언덕이고 온통 밀어내 아파트를 짓고 대로를 내었으니 이 일대를 와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설명일 것이다. 


서구문화원에서 낸 서구 그리고 사람들』에는 이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 웃말에는 약 30여 채의 주택이 있었다.”는 설명이 붙어 있는데 초가집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주택'이라는 말이 좀 어색하게 들린다. 하기야 사람 사는 집이 곧 주택이니 잘못된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사진은 1960년대에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근 반세기 전의 풍경을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 보이는 초가지붕들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된 지붕개량 사업에 의해 사라졌고, 후일 이 도로 역시 원적산을 절개하여 부평 쪽으로 넘어가는 6차선 대로의 한 부분이 된다. 


사진 설명에는 또 '봄을 준비하는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 웃말’이라고 자못 시적인 표현까지 붙이고 있다. 아마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히고 텃밭에서 일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필자가 그런 감상(感想)을 느꼈는지 모른다. 두 사람이 부부였다면 더 정겨웠을 터인데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젊어 보이는 품으로는 모자(母子)라고 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무슨 작물인지 일찍 파종을 하고는 보온을 위해 비닐을 씌우는 작업이 아닌가 싶다.  


봄! 예나 지금이나 오는 봄은 똑같은 봄이련만, 이 사진 속의 정답고 아늑하고 인정 많던 옛날의 '그 봄'은 아니 느껴진다. 사라진 저 초가, 저 산등성이, 저 논밭을 그리워만 하는, 모자라는 사람의 마음일까. 


이 사진은 영원한 가좌동의 어른 심재갑(沈載甲) 선생님께서 제공하셨다.                   





Green서구 제221호

김윤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