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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 향토역사순례 32탄 <황골마을 측백(側柏)나무를 찾아서>





인천시 서구 향토역사순례 32탄 <황골마을 측백(側柏)나무를 찾아서>




  ‘황골마을’은 태정·두밀·설원마을과 함께 검단 대곡동을 이루는 자연 마을이다. 황골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검단4거리에서 검단초등학교 앞을 지나면, 상촌 신흠의 며느리인 선조(宣祖)의 딸 정숙옹주(貞淑翁主)의 태를 묻었다는 ‘태정마을’과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있는 ‘두밀마을’을 지나면 된다.


  ‘황골마을’은 가현산을 뒷산으로 동자봉(童子峯), 월산(月山), 담월산(淡月山) 등의 높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여 북풍을 막을 수 있는 아늑한 곳에 자리한 도시 속 농촌 모습이 남아있는 마을이었다. 그러나 이곳도 근래에 이르러는 작은 공장들이 들어서며 예전 농촌마을의 분위기가 점차 훼손되고 있다.


  이곳‘ 황골마을’에는 청동기시대의 무덤인 고인돌이 100여 기 이상 확인되고 있고(인천광역시 기념물 제33호), 선주성씨인 단양우씨의 진사공 우석규 묘비, 15세기 입향한 평산신씨 종중묘역(인천광역시 기념물 제61호)이 있어 마을의 오래된 연원을 알 수 있다. 본래 ‘황골마을’의 선주성씨는 단양우씨였으나, 그 외손인 평산신씨‘ 이간공 신영’이 입향하여 세거한 이래 현재까지 평산신씨의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다. 평산신씨묘역에는‘이간공 신영의 신도비’, 개성부 도사를 지낸 신승서(상촌 신흠의 아버지)의 묘비와 그 후손의 묘들이 있다. 또한 인근‘두밀마을’에는 ‘밀양당씨 정렬비’와 ‘반남박씨묘역’(인천광역시 기념물 제59호)도 있다.





  이렇듯 청동기 시대를 시작으로 단양우씨를 거쳐 평산신씨가 터를 잡고 살던 황골에는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각각 500여 년·200여 년 된 느티나무 2수, 그리고 300여 년 된 측백나무(높이 20여m, 둘레 약 1m)가 있다. 이 중 측백나무에는 평산신씨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온다. 평산신씨 13대조에 이르러 이 측백나무 옆에 살기 시작했는데 14대조 할머니가 상촌 신흠에게 아들의 벼슬을 부탁하러 한양을 찾았다가 돌아오는 길에 물에 빠져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집의 방향을 한양 쪽인 동향이 싫어 서남향으로 바꾸어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또한 황골에는 영의정을 지내고 조선중기 한문학의 대가인 상촌 신흠(1566~1628)과 관련하여 “광해군조에 계축옥사가 일어나 상촌이 파직되어 1621년 김포로 돌아와 한 칸 초가에 거처하며 집 이름을 하루암(何陋菴)이라 했으며, 그 후 다시 산기슭에 집을 지어 감지와(坎止窩)라 하고 이곳에서 선천규관(先天窺管)이라는 책을 저술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측백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을 천연기념물 제1호로 지정해 보호·관리해오고 있으며 그 외 단양, 안동, 언양 지역에 주로 자생하며, 중국에도 분포해있다고 한다. 측백나무는 소나무와 더불어 선비를 상징하며 느티나무, 은행나무와 함께 천 년을 사는 장수나무로 무병장수와 행복·번영을 기원하는 나무로 보호하고 가꾸었다. 이는 사시사철 늘 푸르름을 잃지 않고 올곧게 서쪽으로만 가지를 넓히는 모습에서 그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 측백나무는 주로 왕가(王家)의 묘역, 상류층의 관상용, 사당, 사찰, 정원 등에 많이 심어왔다. 또한 선비들은 글을 쓸 때 먹물에 측백나무의 잎 또는 열매(柏子仁 백자인)의 즙을 첨가하여 그 향을 즐겼다고 하니 상촌 신흠과 무관하지 않다고 추정된다. 또한 한방과 민간에서 나무의 잎과 줄기·열매를 약재로 쓰는데, 자양강장제, 관절통, 기침·가래를 삭이는데, 배가 아플 때 등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해왔다.


  황골마을의 측백나무도 마을 사람들에게 약재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이 나무의 잎, 가지, 열매를 달여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속설이 있어 나무 밑둥을 파내 달여 먹었다고 전하는데 현재 측백나무 밑둥에는 구멍을 메운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다.


  이렇듯 황골에는 과거를 고스란히 지켜본 300년 된 측백나무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들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마을을 지켜왔을 노거수를 무관심 속에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얼마 전, 가지 한쪽은 부러지고 말았다. 부러진 가지가 바람에 삐걱대며 흔들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속한 치유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바쁜 현실 속에서 오늘도 어렵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황골마을의 선비목인 측백나무의 의연한 모습을 기대해본다.





/ Green서구 제208호

인천서구문화원장 박한준